비타민 c가 가진 항암의 비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비타민 c가 인체에서 어떤 작용을 하고 있고, 그러한 다양한 작용을 하는 근본원리는 무엇인가를 이해 해야 한다. 그러한 기본적인 비타민 c 작동원리의 바탕 위에 한 차원 높은 비타민 c 약리작용이 어우러지면서 항암제로서의 모습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먼저 비타민 c가 어떤 물질인지부터 살펴보자. 서양에서의 주치료제로 되어 있는 약물들의 약리작용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비타민 c의 다양한 효과를 설명하면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떻게 하나의 물질이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작용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못미더워한다.
물론 비타민c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비타민 c는 자신이 가진 전자를 쉽게 내어줄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인체 내에서 전자를 필요로 하는 물질이 있는 곳이나 전자가 필요한 반응이 일어나는 곳에서는 주작용을 펼칠 수 있어 일반 약물이 나타나지 못하는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비타민 c의 작용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보면, 하나는 잘 알려진 항산화제로서의 작용이고 다른 하나는 인체 내에서 여러 가지 물질을 만드는 효소를 돕는 보조인자로서의 작용이다. 이 두 작용 모두 쉽게 전자를 내어줄수 있는 비타민 c의 특징에 기인한다.
그런데 유해산소와 자유기를 중화해 인체를 보호한다는 항산화제 이야기는 비타민 c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익숙하겠지만 효소들의 보조인자로 작용하는 비타민 c의 모습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효소의 보조인자로 작용하는 비타민 c는 환원제의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항산화제라는 말도 결국은 환원제라는 말과 상통하는 것이다.
인체 내 효소는 A라는 물질로부터 B라는 물질이 만들어질 때 이 변환 과정을 가능하게 하는 생체 촉매물질인데, 많은 효소가 혼자서는 제대로 활동할 수 없어 비타민이나 미네랄 같은 보조요소를 필요로 한다. 인체 내에는 비타민 c를 꼭 필요로 하는 효소가 있는데, 비타민 c가 존재 하지 않으면 이효소들은 작동을 하지않거나 작동을 한다 하더라도 불량품을 만들게 된다.
비타민 c를 필요로 하는 효소들은 철이나 구리 같은 전이금속 (transition metal) 이 환원된 상태로 존재해야 제대로 작동하는데, 비타민 c는 자신의 전자를 쉽게 내어주어 환원력 덕분에 이 전이 금속을 환원상태로 유지해 효소가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체내에서의 콜라겐 합성과정을 살펴보자. 이 과정을 건물을 짓는 것에 비유하면 시멘트와 모래를 배합해 콘크리트를 채워 넣는 과정으로 볼수있다. 콜라겐은 뼈, 힘줄, 인대, 연골, 피부, 이빨, 추간판, 심장판막, 혈관벽 등의 조직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며 인체를 지탱하고 있어, 콜라겐 합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량 콘크리트로 쌓아올린 건물이 무너지듯 인체가 허물어지게 된다. 이렇게 인체가 무너져 내리는 질병이 바로 비타민 c 결핍증이 괴혈병인 것이다.
콜라겐이 만들어 지는 과정중에 콜라겐 내에 존재하는 아미노산인 프롤린(Proline)과 라이신(lysine)이 수산화되는 과정이있는데 여기에 필요한 효소들이 프롤린 수산화효소 (prolylhydroxylase)와 라이신 수산화효소 (lysyl hydroxylase)다. 이들 산화화효소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철이온이 필요한데 철이온은 전자를 둘 잃은 상태인 2가철, 셋 잃은 상태인 3가철의 두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3가철은 2가철로 변환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비타민 c는 자신의 전자를 내어주어 이 3가철 이온이 2가철로 환원되게 만든다. 비타민 c가 콜라겐 생성과정 중에 철이온을 환원상태로 유지시켜 콜라겐 합성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다.
비타민 c가 존재하지 않아도 콜라겐이 만들어지긴 하지만 이 콜라겐은 불량품이라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이빨이 빠지고 관절이 아파오고 혈관벽이 허물어지며 뼈와 연골에 이상이 오고 상처가 나도 아물지 않게 된다. 비가 새고 금이 가서 건물이 흔들거리게 되는것과 마찬가지다.
철이온에 대한 비타민 c의 이러한 환원작용은 위장관 내에서 비타민 c가 철 흡수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이론적 근거가 된다. 철이온이 3가 형태의 무기철로 존재하면 우리 몸은 이를 흡수하지 못하는데, 비타민 c는 이 3가철을 2가철로 환원시켜 위장관 내에서 흡수되도록 하는 것이다.
간혹 이 논리를 내세워 비타민 c 고용량 복용이 철과다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우리가 음식을 통해 받아들이는 철의 대부분은 단백질과 결합된 형태로 존재하는 유기철이지 무기철이 아니기 때문이다.
체내에 철이 결핍되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비타민 c의 무기철 흡수 촉진기능이 도움을 줄수 있지만 비타민 c에 의한 철흡수 증가는 일정량을 넘어서면 포화상태에 이르기 때문에 비타민 c를 메가도스로 복용해도 철 과 다증은 나타나지 않는다. 철분 흡수 증가는 매끼 식사 때마다 비타민 c양이 25~50mg에 이르면 포화 상태가 된다. 이 말은 곧 비타민 c가 100mg이 있거나 10g이 있거나 철흡수 증가량에는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비타민 c는 이외에도 여러 가지 효소의 보조인자로 작용하는데,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인 노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을 만들어내는 효소도 비타민c를 필요로 한다. 일반인들에게는 영국식 이름인 노아드레날린(noradrenaline) 이라는 명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노에피네프린은, 스트레스 상황이나 긴박한 상황에서 뿜어져 나와 혈류를 증가시키고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이 노에피네프린을 만들어 내는 효소는 뇌 속에서 도파민을 노에피네프린으로 전환하는 도파민 베타수산호효소 (dopamine beta-hydroxylase)인데, 이효소는 환원된 상태의 구리이온을 필요로 한다. 비타민 c는 2가 구리를 1가 구리로 환원시켜 도파민 베타수산화효소가 제대로 작동할 수있게 만든다. 또한 비타민c는 우울증 치료제의 주 타깃이 되어 있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 생성에도 관여하고 있다
이처럼 비타민 c는 다양한 신경전달물질 생성에 관여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비타민 c결핍을 유발되는 괴혈병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여러 정신증상을 설명하는 근거가 되고 비타민 c가 정신질환 치료 보조제로 도움을 줄 수 있다로 얘기하는 논리의 토대가 된다.
부족하면 만성 피로를 유발하는 카르니틴이라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효소 역시 비타민 c를 보조인자로 필요로 하는데, 심한 정신적 육체적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비타민c가 커다란 효과를 나타내는 것도 이카르니틴 생성이 촉진되기 때문이다. 카르니틴이 피로회복제인 것처럼 알려져 있고 피로회복을 위해 투여되기도 하지만, 사실상 그 밑그림은 비타민 c의 환원작용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이처럼 비타민 c는 항산화제로서뿐만 아니라 여러 효소의 보조인자로서도 다양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비타민 c의 작용을 이야기하다 보면 만병통치약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출처 : 비타민 C 항암의 비밀 – 하병근 박사님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