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우리집 홈닥터 비타민 C
비타민 C가 암을 유발한다고 인용된 사이언스 논문에 뒤지지 않을 만큼의 커다란 비타민 C 파동을 불러왔던 논문 한편이 네이쳐라는 저널에 실린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비타민 C 고용량 복용이 메스컴을 타기 전이라 찾잔 속의 태풍처럼 지나갔지만 이후 이 논문이 비타민 C 논란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논문을 인용하며 비타민 C가 유전자 손상을 가져올수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제발 배웠다는 사람들이 공자왈 맹자왈을 하며 이 논문을 또다시 인용하는 것을 막고 여러분들의 오해를 미연에 방지 하기 위해 이 논문을 해부해 보겠습니다.
1998년 4월 9일 392호 559 페이지에 실렸던 네이쳐의 논문이 언론을 탔을 때 세상은 비타민 C 유해론으로 들끓었었습니다. 그때도 지금과 다를바 없이 언론은 하루 500mg의 비타민 C가 DNA 산화 손상을 가져올수 있어 인체에 유해하다고 보도해 버렸고 비타민 C 보충제를 사용했던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어야 했습니다.
과학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명예욕에 사로잡힌 과학자의 모호한 표현에 대한 배신감, 그런 어두웠던 느낌들이 마음 속을 휘저었었어요.
17세에서 49세까지의 건강한 자원자 30명에게 하루 비타민 C 500mg을 6주간 투여하고 말초혈액 림프세포의 DNA 산화 손상을 측정했는데 두 가지 지표 중에 하나는 비타민 C가 산화 손상을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다른 하나에서는 산화 손상 지표가 올라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비타민 C가 항산화작용과 더불어 산화를 촉진하는 작용도 가진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연구자들이 보고서의 제목으로 “비타민 C가 산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Vitamin C exhibits pro-oxidant properties)로 내걸어 언론이 이를 비타민 C가 DNA 손상을 가져온다고 보도해 버리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들의 보고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인다해도 걸린 제목은 격에 맞지 않는데 이들은 과감하게 자신들이 가진 데이터 중에서 비타민 C의 독성을 골라내 전면으로 세웠던 것입니다.
그들의 보고내용 또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었고 학계로부터 심한 비판을 받았음은 물론이며 뒤이어 이를 검증하려 시행된 연구들에서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고 그들의 검사방법 상에도 문제가 있었음이 알려지면서 이들의 보고는 생명력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이 보고가 내나라에서는 비타민 C 유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의해 인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이 글을 마침표로 삼아 이 논문이 내나라에서 인용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 보고서를 제출했던 바로 그 사람들이 발간한 다른 논문한편을 소개합니다.
이 논문은 1998년 저널 FEBS (FEBS Letters) 439호 363-367 페이지에 실려있는데 네이쳐에 논문을 실었던 6명의 저자들이 고스란히 FEBS에 실린 이 논문의 저자로 들어가 있고 그들이 일하는 곳 역시 그대로 입니다. 이 논문의 제목은 “생체 내에서의 DNA 산화 손상을 수리하는 비타민 C의 새로운 복구 작용” (Novel reapir action of vitamin C upon in vivo oxidative DNA damage)으로 되어있습니다.
이 논문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비타민 C가 DNA 손상을 수리하는 역할이 있음을 세상에서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불과 6개월 전에 비타민 C가 DNA 손상을 가져올수 있다고 말했던 사람들이 이들입니다.
6개월 사이에 한 실험실에서, 비타민 C 유해론을 불을 붙였던 바로 그 사람들이 병 주고 약 주고를 다한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세상 사람들은 이들이 이러한 논문을 발표했는지 조차도 알지 못하고 있고 언론 역시 이들이 비타민 C가 DNA 산화 손상을 수리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논문을 발표했을때는
눈도 감고 귀도 막고 입도 닫았습니다.
이들은 사람을 대상으로한 연구에서는 처음으로 자신들이 비타민 C에 DNA 손상을 복구하는 효소를 조절하는 역할과 새로운 형태의 항산화 작용이 있음을 밝혔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논문을 읽어보면 이들이 네이쳐 보고에 사용했던 자료들을 그대로 이용해 이 논문을 발표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결국 이들은 같은 자료를 놓고 한 번은 500mg의 비타민 C가 DNA 손상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해 비타민 C보충제를 이용하던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또 한 번은 500mg의 비타민 C가 DNA 손상을 복구하는 역할을 한다는 결론을 내려 이들을 지켜보고 있던 나를 어리둥절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비타민 C가 DNA 산화손상을 복구시킬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언론은 눈길 한 번 주지않았고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비타민 C를 연구하는 사람들까지 이런 아이러니가 있었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네이쳐에 실렸던 보고는 결국 과학자들의 명예욕이 불러온 산물이었다고 말할수 있는데 네이쳐의 비타민 C 보고서는 과학자들의 그릇된 명예욕이 얼마나 세상을 호도할수 있고 의학의 눈을 멀게 할수
있느냐를 보여준 좋은 예가 되고 있습니다.
사이언스에 실리며 비타민 C의 DNA 손상 가능성을 제시한 블레어의 연구팀.
이들이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는지 지켜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