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제재가 우리나라에서의 보약 개념처럼 자리잡고 있는 미국에서는 비타민 시장이 생각 밖으로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홍수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미국 상점 어디를 가나 저마다의 브랜드를 앞세운 비타민 제재들이 범람하고 있습니다. 이 제재들은 의약품이 아닌 식품으로 분류되면서 미국 FDA의 관리 영역을 벗어나 있는데 이들은 똑같은 이름을 달고 있다 해도 제조사에 따라 그 효과가 천차만별일 정도로 차이가 납니다.
우리나라의 한약재들이 한의사들의 관리하에 제어되고 있는 반면 미국의 자연물 의약 시장은 브레이크가 풀려있는 자동차와 같아서 그 수요 공급에 있어 의학적 논리는 배제된 채 잔뜩 부풀린 입 소문들이 시장을 미친 듯이 끌어가고 있습니다.
순수해야 할 이곳에도 시장이 커지면서 냄새 나는 상업주의가 흘러 들어오고 있습니다. 누구나 가까이 할 수 있는 자연물인 비타민C에도 천박한 자본주의 논리가 들어서면서 이를 돈벌이에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천연 비타민 이야기인데 천연 비타민C라면서 자신들의 제품의 우월성을 강조하며 마케팅에 나서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도 생겨난다는 소식을 접하고 미국에서 그릇되게 전달되고 있는 천연 비타민C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비타민C는 시중에 나와있는 비타민C 제재와는 그 성분이 다르고 천연 비타민C는 그 효과가 인공으로 합성한 비타민C 제재보다 훨씬 커서 비타민C 제재를 선택할 때도 천연 비타민C로 만들어진 제재를 선택해야 한다는 논리이지요. 이 논리를 이용해 자신들의 제품이 천연 비타민이라며 세상을 기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비타민C의 작용만을 놓고 보자면 시중에 나와 있는 비타민C가 자연에 존재하는 비타민C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단, 과일과 야채 등의 식물들에는 이 비타민C와 더불어 존재하며 비타민C와 함께 상승작용을 일으키게 하는 물질이 들어있어서, 이것이 자연계에 존재하는 비타민C가 더 낫다는 우월론을 불러일으키는 주요인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자연계에 존재하는 비타민C가 더 낫다는 논리는 비타민C 자체에 대한 우열의 논리가 아니라 과일이나 야채와 같은 자연물에는 비타민C와 나란히 자리잡고 있는 이러한 물질들이 있어서 상승작용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동일한 양의 비타민C라면 자연물을 통해 섭취하는 비타민C가 낫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겠지요. 하지만 인체가 필요로 하는 비타민C 양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자연물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괴혈병을 예방하는 데는 충분하지만 비타민C를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과일이나 야채를 통한 비타민C 섭취만으로는 역부족인 것입니다.
천연 비타민C (Natural Vitamin C)라는 이름을 달고 나타나는 비타민C 제재들이 자신들이 마치 자연산 비타민C로 만들어진 것처럼 선전하고 있는데 이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입니다. 이들은 비타민C 제재에 과일 열매를 조금 섞어놓고 자연산이라는 이름을 붙여 가격을 높게 받는 상술일 뿐입니다. 자연산만으로 비타민C 1g을 함유한 비타민C 복합정제를 만든다면 사람이 삼킬 수도 없을 정도의 크기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그저 구색을 갖추느라 과일 열매를 조금 섞어 넣은 것일 뿐입니다.
천연 비타민C에 들어가있는 과일열매들은 기껏해야 0.5%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이들로만 비타민C 1g 정제를 만든다면 그 크기가 야구공만 해집니다. 이런 천연 비타민C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제재를 복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반세기 이상을 실험실과 진료실에서 이론적 토대를 다져가며 환자의 치료에 이용되어온 비타민C 역시 지금 시중에 나와있는 아스코르빈 산 (ascorbic acid)이나 아스코베이트 나트륨 (sodium ascorbate) 형태의 비타민C였습니다.
질병의 치유효과를 나타낼 정도의 비타민C를 자연물들을 통해 섭취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므로 지속적으로 비타민C 제재를 복용해야 합니다. 비타민C에는 귀족이 없습니다. 누구나가 이용할 수 있는 민중의학입니다.
(From 우리집 홈닥터 비타민 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