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우리집 홈닥터 비타민 C

비타민 C를 발견했던 알버트 쉔트 조오지 (Albert Szent Gyorgyi) 는 이후 동물실험에서 레몬과 같은 신맛이 나는 과일의 껍질에 존재하는 미지의 물질을 비타민 C와 함께 투여하면 이 물질이 동물의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그는 비타민 C가 나타내는 작용은 비타민 C 고유의 작용 뿐만 아니라 여기에 어떤 미지의 물질의 힘이 보태지며 나타나는 상승작용에 의한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하게 됩니다. 이 미지의
물질을 시트린 (citrin)이라 이름 붙였는데 시트린에서 활성을 나타내는 물질이 무엇인가를 찾아나선 조오지는 마침내 이들이 플라보노이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오지는 이 물질들이 생체에 꼭 필요한 비타민이리라는 생각에 비타민 P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는데 이 비타민 P라는 이름은 세계를 품에 안은 비타민 C와는 달리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조오지의 발표 이후 의사들이 여러 가지 출혈성 질환에 비타민 P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미국에서는 바이오플라보노이드라는 이름으로 대체되면서 도태되어버렸고 유럽 지역에서만 그 명맥을 유지하며 비타민이라는 이름을 유지했습니다.

1950년 미국 학계에서는 비타민 P가 비타민이라고 불릴만한 충분한 학문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비타민 P라는 이름을 폐기 처분해버리는데 뉴욕 타임즈 신문은 여기에 한술 더 떠 비타민 P가 아무런 쓸모도 없는 물질 (perfectly useless)이라고 규정지어 보도해 버립니다.

1968년 미국의 FDA는 바이오플라보노이드가 비타민이 아닌 것은 물론이고 인체 내에 어떤 경우에도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 물질이라고 발표하면서 제약회사들이 바이오플라보노이드를 제조하고 의사들이 이를 처방할수 있는 권리마저 걷어들였습니다.

하지만 FDA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은 계속 건강 식품점들을 통해 바이오플라보노이드를 이용합니다. 이후 계속 이어져온 플라보노이드 연구들을 통해 비타민 P가 여러 가지 유익한 생리작용을 일으키며 인체에 항산화작용과 항염증작용을 비롯한 다양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이 알려져 가고 데이터들이 축적되어가면서 근래에 다시 미국 내에서도 비타민 P가 부활하고 있습니다.

사망선고를 받았던 비타민 P가 바이오플라보노이드라는 이름으로 미국 내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입니다. 바이오플라보노이드는 지금까지 알려진 종류만 해도 4000가지가 넘을 정도로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은 과일이나 야채, 꽃, 약초, 곡물 등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식물들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바이오플라보노이드들은 동물들에게서는 만들어져 나오지 않습니다. 동물들이 식물 섭취를 통해 체내에 축적시켜두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바이오플라보노이드는 전량 식물로부터 유래됩니다.

바이오플라보노이드는 여러 식물들에 있어서 그 고유의 색깔을 나타내게 하는 색소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이 고유의 색소들을 통해 벌과 나비를 유혹해 불러들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색소의 역할은 부수적인 것이고 바이오플라보노이드들은 식물이 자외선을 비롯한 물리적, 화학적 손상, 주변 환경이나 미생물로부터 자극을 받았을 때 자신을 보호하는데 쓰이는 방어물질의 역할을 주로 합니다.

식물 하나에 한 가지의 플라보노이드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 식물 안에서도 여러 가지 플라보노이드들이 존재하고 있는데 이들은 자외선을 흡수하기도 하고 항산화 작용을 하기도 하면서 그들을
만들어낸 주인을 세포 손상으로부터 보호하고 있습니다.

바이오플라보노이드가 미국에서 부활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현대의학이 암과 당뇨병을 비롯한 여러 가지 성인병에 있어서 그 원인의 하나로 자유기와 유해산소를 지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해산소와 자유기를 막아내기 위한 예방의학적 차원의 항산화제 개념이 의학으로 들어오면서 비타민 A, C, E를 비롯한 여러 자연물들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데 바이오플라보노이드 역시 여기에 동승하고 있습니다.

바이오플라보노이드가 나타내는 항산화작용이 실험실에서 증명되어지면서 그간 의학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바이오플라보노이드 고유의 효과까지 함께 살아나고 있는 것입니다. 비타민 C와 유사한 작용들을 나타낸다고 해서 바이오플라보노이드들을 비타민 C와 묶어서 비타민 C 복합제 (Vitamin C Complex)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 바이오플라보노이드들 역시 항산화제로서의 모습을 갖추고 있어서 비타민 C 복합제라는 개념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의미합니다.